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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초반부를 넘기고 나면, 매 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장소가 하나 있었다.

 

정희네 간판

'정희네' 는 나의 아저씨에서 박동훈(이선균  분)이 어릴적부터 살던 후계동 어딘가에 있는 작은 주점의 이름이다. 
박동훈의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정정희(오나라 분)가 운영하는 가게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가게 이름을 지었다.
매일 밤이 되면 후계동에서 나고 자란 아저씨들이 모이는 일종의 '사랑방'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거의 대부분 삼형제를 중심으로 한 동네 아저씨들이 손님의 전부에 엑스트라로 한 두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는 규모의 가게인데다, 이 메인 '아저씨 손님' 들은 가게 문을 닫을 때 까지 한잔 하는 경우가 많은 가게이다.
(극중에 정희가 가게 문을 닫고 아저씨들과 함께 퇴근!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현실적으로 생각했을때 이 가게 이렇게 운영해서 정정희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라는 생각과 이 가게의 일 예상 매출을 머릿속에서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던 것도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의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겠다.
내가 내린 결론은, [정희네] 가게가 임대가 아니라 자가(!)라면 어찌어찌 가능할 것 같기도...?
(실제로 극중 정정희는 가게 2층에 산다.)

쓸데없는 잡설이 너무 길어졌다.
하고 싶던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ㅡ.ㅜ

 

이건 아마 단체로 축구경기 관람할때.. 였나?


정희네에서 모인 아저씨들의 장면이 화면에 비출때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건배 구호가 있다.
"후계, 후계, 잔을 들게!"

왜인지, 드라마를 시청 하는동안 내내 이 구호가 나에게 꽤나 인상깊게 각인되었다.

~계, ~계, ~게 로 이어지는 라임의 찰짐도 일품이지만, '한때' 잘 나가는 사회의 구성원이었으나, 현재는 그 중심에서 한참이나 '밀려나버린' 후계동의 아저씨들이 고단한 현실의 하루를 마감하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어릴때부터 함께 지내던 친구들과 한잔 하면서 녹록치 않았던 오늘 하루를 술잔에 흘려 보내고  오늘과 별 다를바 없이 평범할 내일을 기약하는... 뭐 그런 모습이 비슷한 연배로서 왠지 찡하게 와닿는 무언가, 말로 설명하기가 좀 힘들다. 
아무튼 그런거...


술한잔 걸치고 집으로 건너가던 기찻길 건널목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각자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거의 매일 저녁 같이 술한잔 기울이면서 산다는 것은 어찌보면 로망이지만, 각각의 인물의 배우자(마눌님?)나 가족 입장에서 보면 꽤 짜증날 것 같기도 한 시추에이션이다. (내 남편이, 내 아버지가 밤마다 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한잔 하느라 집에 안들어온다고 생각하면... +_+)

드라마에서 묘사된 후계동은 서울에 위치한 동네지만, 2018년(드라마 방영기준)이 될 때까지 도시개발의 러브콜을 그다지 많이 받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다.
기찻길을 건너서 다녀야 하기도 하고, 언덕 높이까지 작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달동네도 있다.
그중 '잘 나가는' 박동훈이 살고 있는 아파트도 요즘의 세련된 신축 아파트가 아닌, 복도식의 좀 오래된 아파트다.
그런데 또 이 언덕 높은 집이 마냥 걸어서만 올라가야 하는 곳은 아니고 언덕 저 위로도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 있는 동네다. (드라마 후반부에 광일과 종수가 기범의 PC를 훔쳐 도망가는 장면을 떠올려 보면, 그동안 동네 아랫쪽 낮은곳에서 걸어 올라오던 다른 인물들과는 다르게 산 중턱쯤 되는 곳으로 와서 길가에 차를 대고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실제로 후계동의 모습은 서울, 인천의 여러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나중에 검색으로 알게 되었지만, 아마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서울의 변두리 모습들이 '후계동' 이라는 곳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함께하는 퇴근길

드라마를 시청하는 내내, 나는 이들이 참 부러웠다.
'돌아갈 곳', '가족들이 있는 곳' 혹은 '어릴 적 살던 동네' 에 앞으로 다시 돌아가기 힘들어서 그랬을까.
나는 이제 '그 동네'엔 남은 추억들이 거의 다 사라져버렸기 때문일지도, '동네'에서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면서 동네 친구들과 수다를 떨던 그 시절이 그리웠을지도, 아니면 우리는 '그 동네'에 눌러앉지 못하고 모두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나중에 언제라도 돌아갈수 있는 '그 동네'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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