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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C 3000 이야기 - 1편 : 이제와서 왜 이걸...?

 

2019 년에 갑자기 왠 MPC인가? (2019년이 글의 최초 작성 연도입니다.^^)


십 오년정도 전에는 정말 궁금하고 동경했던 악기였지만, 지금 와서는 궁금증도, 흥미도 없어진지 이미 오래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고민과 정보수집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래도 한번쯤 방에 들여놓아 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하는 동경의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워낙에 카더라 통신도 많고, 환상도 심했던 악기 중에 하나지만, 그나마도 지금은 이베이가 아니면 매물을 잘 찾기도 어려워졌다. 격세지감이랄까.
 또한, SP-1200 같은 녀석은 가격이 나날이 고공 상승중이니 아마도 내 손에 들어오긴 어려울 것 같고, 이 녀석도 결코 만만한 가격대는 아니지만 어쨋든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다 보니 이 녀석을 가져볼 기회도 생겼다. 여담으로 SP-1200은 이베이에 올라온 가격대가 대략 $5,000 전후이다. 이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달러 환율을 곱하고, 운송비에 관/부가세까지 더하면 정말 후덜덜해지는 가격으로 변한다. MPC3000은 그에 비하면 아직은 그럭저럭 봐줄만한, 출시 당시 가격보다는 살짝쿵 저렴한(?) 선이다. 물론 LE버전이나 이름있는 곳에서 튜닝된 버전, 옵션이 더 붙은 녀석들은 그만큼 가격이 더 올라가지만.

 

 이후에 나온 MPC 2000 버전과는 다르게 individual 8 out이 기본으로 내장되어 있고 (MPC2000에서는 옵션 파츠이다), 있으나 마나한 외부 모니터 연결 옵션인 VGA 옵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나온다.
 다만, 램은 유저가 추가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AKAI 공식으로는 16메가까지 가능하고, 야매(?) 로는 32메가 까지 가능하다. (로저린 할배도 어딘가의 인터뷰에서 최대 메모리는 32메가라고 언급했던 것을 읽은 기억이 있긴 하다.) 대부분의 중고 매물이 32메가로 풀업되어 나오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실 드럼 머신의 용도라면 그만큼의 메모리도 필요 없고, vailixi 3.50 같은 사제 OS 를 장착하지 않는 이상은 크게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드럼만 쓸거라면 8메가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 많이들 하고 듣지 않았나.? 아, 그리고 아카이 전용 램 여부도 크게 상관 없다. 원래 1메가 메모리 가격이 지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던 시절에 나온 물건이니까. 88년도 쯤에는 샘플러에 메모리 1메가 추가하는데 대략 $1,000 정도의 금액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악기를 그나마 주변에서 접하게 되었던 1990년대 후반쯤 들어와서는 30핀 메모리나 72핀 메모리는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책정되었던 악기 제조사들이 자체 제조한  비싼 가격의 '전용' 메모리들은 가치가 급 하락할 수 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재고 소진을 위한 루머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일단 MPC3000에 아카이 전용 램 슬롯은 1개밖에 없어서 어차피 램을 늘리려면 30pin 메모리와 혼용해서 써야 하는데, 그냥 30pin 메모리 슬롯 두개를 활용하는 쪽이 지금으로썬 낫지 않을까.

 메모리 이야기는 그쯤 하고, 2개의 미디 인폿 포트와 4개의 미디 아웃 포트에 싱크를 위한 포트들까지 갖추고 있어서 컴퓨터 DAW 베이스로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아주 일반적이지 않았던 당시에는 이것 한대에 신스 한대 정도가 더 있으면 드럼 비트 위에 그럴듯한 악기를 추가한 트랙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블랙 뮤직계열에서 사랑을 받은 이유도 이거 한대면 일단 집에서 비트를 만들 수 있고, 그 위에 노래와 랩만 얹으면 믹스 테입 제작이 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에 컴퓨터에 하드웨어 악기를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음악을 만드는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심지어 MPC 한대와 턴테이블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엔 그 모든 것들이 노트북 한대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그림 - MPC를 중심으로 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출처 : MPC3000 메뉴얼>


 아이러니한 카더라 통신 중 하나는, 미국 힙합씬 에서는 일본의 AKAI 사의 MPC가 히트를 했고, 반대로 일본 힙합씬 에서는 미국의 ENSONIQ에서 만든 ASR-X가 인기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실제로 일본에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고의 전자 악기 브랜드들 상당수가 있었지만, 일본의 미국적인 사운드에 대한 갈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으니, 버터 사운드를 위해서라면 버터국(
國) 악기를 쓰면 더욱 더 버터맛(?)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 같은게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빨간맛, 궁금해 허니~)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할것 없이 빠다 싸운드에 대한 동경은 끝이 없었는데, 정작 그 빠다 싸운드의 핵은 일본 악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결국 도구는 도구일 뿐이다... 라는 반성을 다시금 하게 된다. 

 여담으로, ASR-X Pro 를 한동안 사용했었는데, 엔소닉 특유의 사운드는 좋지만, 자체 시퀀서의 편의성 같은건 MPC에 비할 바가 못됐다. 어차피 ASR-X가 나올 때 쯤이면 대부분 컴퓨터 기반의 DAW를 쓰고 있을 때라 큰 의미는 없지만, MPC의 아주 '괜찮은' 패턴 시퀀서에 비교하면 ASR-X의 시퀀서는 음 뭐 그냥... 

 시퀀서 이야기로 어물쩍 넘어가보자.

 MPC3000은 그 유명한 로저린(Roger Linn) 할배의 그루브 뭐시기가 탑재되어 있어서 또한 유명한 악기이다. 한때 그렇게 나를 궁금해 미치게 만들었던 로저린 그루브. 이것 하나면 나도 드레형의 그루브를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마법의 MSG, 특효약, 비밀병기, 또 어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오직 MPC60과 3000에만 탑재되었다고 알려졌던 이 마법의 '비밀병기' 로저린 그루브는 어릴적 나에게 카더라 통신과 거짓말쟁이(대부분 실물을 구경도 못해본)들의 구라가 덧입혀져서 그야말로 로저린 그루브의 MPC 한대만 가지면 비트의 샹그릴라, 그루브의 엘도라도에 이르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라고, 이제 나에겐 에미넴 같은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밤마다 혼자 상상하며 용돈을 아끼게 만들어 주었다. 굳이 이제와서 이 녀석을 들인 이유도 일종의 확인사살 목적이 없지 않았는데, 역시나 예상과 같이 카더라 통신의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이었다. 

 시퀀서에 대한 이야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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