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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leton LIve  (에이블튼의 '라이브'라는 이름의 시퀀서 프로그램. 이하 줄여서 라이브라 부르겠슴...)의 장점이라고 하면, 한가지 모티브가 생각났을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구성을 전개해 본다던가, 방대한 샘플 라이브러리 (일반적인 고용량 악기 프리셋가상악기를 제외한 샘플 조각들)중에서 원하는것을 빠르게 찾아서 새로운 곡을 창조하는데 있어서는 현존하는 시퀀서 소프트웨어중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루프가 기반이 되는 음악들이나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많은 사람들이 곡 제작툴로 많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브를 메인 시퀀서를 쓰고 있는 내 경우에도 가끔 편곡의 방향이 좀 포멀한 팝 어레인지나 어쿠스틱한 쪽으로 잡힐 경우에는 마디수 맞춰서 정박에 딱딱 떨어져야 에디팅하기 편리한 라이브가 불편할 때도 종종 있다. 그래도 역시 이미 라이브 한가지를 고집한지도 벌써 수 년이 흘러버려서 이젠 큐베이스는 명령어 단축키조차 가물가물할 지경이고, 로직은 거의 마우스에만 의존해서 더듬더듬 무언가를 할 뿐이다. 프로툴은 공동작업이나 외부 작업소스를 받아올 때, Live로 파일을 컨버팅 하기 위한 용도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고...

 그래서 가끔, 정박에 칼같이 딱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미디 노트로 입력하고 싶거나, 이제는 '옛날'이라 불러도 괜찮을 법한 90년대 혹은 그 이전 음악들을 만들어 보고 싶을땐 맥북에서 로직을 실행시켜보곤 하는데 옛날부터 로직은 덩치큰 박스와 두꺼운 메뉴얼만 책꽂이를 차지하면서 "언젠가는 정복하고 말테야!"라는 실현 불가능한 다짐만 반복하게 하는, 나에게는 잘 안맞는 무었이었다. 미디 입력에 있어서는 MOTU의 디지털 퍼포머도 꽤 리스폰스가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마지막으로 써본게 OS 9에서 Ver3.0 쯤이었던것 같고, (요즘 DP 최신버전이 7인가 8인가... 헐) 큐베이스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친구에게 얻은 Ver2 이후로는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뭐 가끔 무상으로 남의 작업 도와줄일이 있을때나 기억을 더듬으면서 쓰는정도랄까. 암튼 난 큐베이스로 곡을 만들면 어딘가모르게 퀄리티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큐베이스 소프트웨어 자체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어제 합주실에 놀러갔다가 옛날 얘기하던중에 아타리 노테이터 로직 얘기가 잠깐 나왔고, '그래, 내가 처음 미디를 배운게 케이크워크도 아니고 큐베이스도 아니고, 아타리에서 노테이터를 썼었지...' 하며 추억에 잠겨보다가, 요즘 작업중인 곡 중에 잘 풀리지 않는 녀석을 로직으로 한번 구워삶아볼까? 하는 생각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단,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는다. GM (General Midi)포맷으로만 작업해보기!

 요즘 컴퓨터를 이용한 음악제작을 처음 배우시는 분들은 GM이란 말을 얼마나 들을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ㅋ
미디의 '선사시대쯤' 되겠다. 각 전자악기 메이커들간에 프리셋등이 호환되지 않아 디스켓으로 시퀀스 파일만 주고받아 자신의 컴퓨터(혹은 하드웨어 시퀀서)에 로딩하고, 여기에 연결된 미디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외장악기에 연결해야만 시퀀스를 들어볼 수 있던 시절이어서 나도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가요 작업하시던 선배님들은 이시절엔 녹음실에 컴퓨터와 외장악기를 통채로 차에 실어가서 녹음하곤 하셨다고 한다. 
 이건 프로의 세계에서의 이야기고, 아마추어들은 좀 더 간편하게 *.mid 파일같은것만 가지고 다른이에게 들려줄 수 없을까 하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제네럴 미디 포맷이다.
미디 신호0~127 까지의 128개의 데이터를 PCM 신디사이저의 악기들중에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것들로 아예 순서를 정해버린것이라고 하면 이야기가 쉽겠다. 흔히들 보는 1번 피아노 십 몇번 EP, 삼십몇번 기타.. 하는 식의 그것이 되겠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본론에서 많이 벗어나므로 GM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ㅋ

 아무튼, 그래서 방 구석에 처박혀있던 XV-3080을 며칠전부터 꺼내서 연결하고 이것저것 해보던 중에, 아예 곡을 GM포맷으로 처음부터 만들어보면 뭔가 새로운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은 것이 지금 글을 쓰게한 시작이 되겠다.
 또 하나는 최근 SH군과 대화하던 중, 요즘 외장모듈같은거 쓰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가상악기 (주로 VSTi)기반으로들 많이 작업하는데, 그러다보니까 최근의 추세가 그런것도 있지만, 90년대에 듣던 팝곡에서 처럼의 일반적인 손악기 세션이나 PCM신스의 소리들이 들어간 곡들이 많이 안나오는것 아닌가 라는 화제가 나왔었다. 확실히 최근의 추세가 간결한 훅 위주의 음악들이 많기도 하고, 손악기 세션이 꼭 들어가는 발라드류의 노래가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동호회 등에서 아마추어들의 작업물을을 보다보면 확실히 그 PCM신스가 많이 팔리던 시절의 그 '어설픈 리얼악기'나 '신디사이저 소리'의 비중이 적은 느낌이고, 이들이 프로로 활동하게 되어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시겠다.

 그래서 오늘 생각난김에 로직을 열어서 문제의 작업을 GM포맷으로 다시한번 만들어보았다.

 간만의 향수에 젖으면서 딱 정해진 뻔한 악기들로만 작업을 진행중인데, 아직까지 장담할순 없지만, 막혔던것이 조금 풀리는 듯한 느낌이 없진 않다. 요즘 화려한 가상악기들에 비하면 소리는 옛날 노래방수준이긴 하다만, 어차피 사운드자체는 어레인지가 끝나면  하나씩 다 바꿔나가면 되는거고...  오히려 딱 정해진 틀 안에서 해보니까 악기 뭐쓸까, 가상악기 뭐 로딩해보지? 하는 일상적인 고민을 할 시간에 대충 비슷한 악기 고르고 마우스로 입력하든, 건반으로 연주해서 입력하든, 느낌만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하니까 확실히 뭔가 다른것 같다. 진짜 GM류의 프리셋만으로 작업해보는거 십년도 넘은거 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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