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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신스 지티 메뉴얼 표지

두번째 이야기 - 왜 GT를 골랐는가?

- 사실 이 부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새 제품이 출시된 당시에도 국내에 판매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하드웨어 장비를 거의 쓰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된 요즘은 국내 중고 시장에 1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라 골라서 구입하는 사치는 누리기 어렵다.

V-Synth 시리즈는 총 3가지 모델이 출시되었었는데, 각각의 모델명은 다음과 같다.

맨 처음 나왔던 V-Synth (건반형)

브이신스 첫번째 모델 - 흑백(?)액정


두번째 나온 V-Synth XT (랙형)

브이신스 XT - 여기서부터 칼라액정!


세번째이자 마지막 모델인 V-Synth GT

브이신스 마지막 모델 쥐티~~!

출시 당시에도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가격이 워낙 살벌(?)했기 때문에 새 제품을 들인다는 것은 언강생심.
어쩌다가 중고로 나온 제품들도 가격대가 상당했었기 때문에, 사실 그간 계속 시선 밖에 있었던 장비였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미디 작업에 용이한, 동시 발음수(Poly-폴리)가 많은 이른바 [워크스테이션] 형태의 신디사이저가 인기가 많았고, [버추어 아날로그(VA)] 신스라고 해도 외부에 컨트롤러가 노출되어 즉각적인 에디팅이 가능하거나 당장 곡 작업에 끌어다 쓸 준수한 프리셋들이 많이 들어있는 악기 (Access 의 Virus 시리즈가 대표적..) 들이 인기가 있었다.
그러니, 정체도 확실하지 않고 프리셋은 고작 총 512개 슬롯중에 절반 정도만 들어있는 이 녀석은 특출난 그 외모 때문에 그저 신기한 악기, 정체가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좋은 소리를 내 줄 것 같은(?) 전자악기 정도로 알려져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구입 전에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 이외 다른 부분에 있어서 활용성이 어떨까 궁금해서 유투브나 국내 커뮤니티의 과거 포스팅들을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일단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었고 유투브에서도 대부분은 프리셋 데모 정도의 영상들이 검색에 걸렸다.

 

열심히 조사해보고 알았지만, V-Synth GT는 앞선 두 기종과 조금 달랐다.
GT의 차별점을 몇 가지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두 배의 심장
일단, 듀얼코어로서 단순히 보면 기존 V-Synth, XT의 두배의 엔진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멀티플로 엄청나게 대단한 뭘 할 수 있는건 아니고, 기존에 2OSC를 기반으로 한 음색이 만들어지던것을 각각 Upper, Lower 의 두가지를 레이어링할 수 있게 되었다.
워낙에 레이어링에 특화된 악기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극악의 동시발음수 (기존 24) 때문에 뭘 조금 하다보면 폴리가 모자라버리게 된다는 해외 유저들의 원성이 많았던 것 같고, 이를 반영해서 아예 패치 하나에 2개의 프리셋을 동시에 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아무튼, 동시에 4OSC를 어떻게 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코어가 두 배!

따블 가즈아!

 

2. AP Synthesis
AP-Synthesis 는 Articulative Phrase Synthesis 의 약자인데, 현악기나 관악기의 표현에 있어서 더 실제같은 컨트롤링을 하게 해준다는 것 같다. 바이올린, 얼후, 섹소폰, 트럼펫, 플룻 등의 악기의 구조를 조금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엔진이라고 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사실 나도 잘 모름 ㅡ.ㅡ)
아마 얼후 같은 음색의 리얼(?)한 퍼포먼스 때문에 당시에 약간 제3세계 악기소리를 내는 신스(?) 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

 

유투브에서 거의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출시 당시 데모 영상을 보자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일단 연습을 열심히 해야된다. 엄청난 연주력이 요구됨.

브이신스 지티의 음색이 만들어지는 구조

윗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V-Synth GT에서는 모든 음성 합성방식에 있어서 AP-Synthesis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3. VC-2 기본 탑재
보코더 확장팩으로 알려진  VC-2 가 기본탑재 되었고, 심지어 이전의 기종들처럼 다시 부팅하지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다.
이게 또 지금에 와서는 약간의 문제가 된 것이, V-Synth의 초기형은 확장카드가 별매였고, XT는 VC-1, 2가 기본 내장되어 있다.
확장카드는 VC-1과 VC-2 총 두가지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십 수년전에 VariOS 를 구입했을 때도 사실 이 두가지 확장카드를 쓰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VariOS 부터 V-synthXT까지 모두 이 확장카드는 기존의 신스와 함께 사용할 수가 없다.
VariOS와 V-신스 초기형은 아예 전원을 끄고 PCMCIA 슬롯에 카드를 삽입하고 다시 부팅하면 그 카드의 기능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고, XT는 그나마 전원을 끄지 않고 V-Synth와 VC-1, VC-2 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다. 역시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
게다가 이젠 VC-1 이나 VC-2 카드를 따로 구하는게 거의 불가능해졌고, 이베이, 리버브등에 어쩌다가 물건이 나와도 가격이 이미 안드로메다... 
얼마전에 마지막으로 VC-2만 699불 정도에 나온걸 실제로 목격... -0- 오우야 미친..
그래도 필요한 사람은 산다 이거지..
페이스북의 V-Synth 유저 커뮤니티에서도 600불 전후로 거래되는걸 보면 이 정도 가격이 시세인가 싶기도 하다.

 

오직 GT만 VC-2를 V-synth와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다.
VC-1은 옛날 옛적 롤랜드 신스 D-50을 에뮬레이션 한 것이고
VC-2는 Voice Designer 라고 해서, 70년대의 VP-330 보코더를 모티브로 한 보이스 신스 팩이다.
내가 정말 필요로 하는 기능은 VC-2가 아니라 V-Synth 엔진에 있다는걸 GT를 구입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아무튼 이 VC-2의 기능이 꽤 출중해서, 2021년 현재에도 실시간으로 보코더나 토크박스, 화음을 건반(미디신호)을 눌러서 바로바로 필요한 음으로 바꿔줄 수 있는 장비가 그렇게 많지 않다. 애초에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TC-Helicon 의 보컬 이펙트쪽과 롤랜드의 VP 시리즈 정도랄까.
실제로 써보면 알겠지만, 기존 신디사이저들에 내장된 보코더 기능이랑 결과물 퀄리티가 다르다. 한국어로 발음해도 또박또박 발음이 잘 들리고, 베리에이션이 정말 다양해서 이걸 능가할 장비가 있을까 싶긴 하다.

 

왜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롤랜드의 Voice Designer를 능가할만한 엔진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해봤는데, 기어슬럿이나 롤랜드 클랜등 해외 사이트의 유저들의 카더라 통신을 좀 참조해보면, 아마 롤랜드가 가진 관련 특허들이 핵심 요소일 것 같고, 시장의 니즈가 그렇게 크지 않은 분야라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라는 결론에 이른다.
녹음한 소스를 후행으로 분석해서 에디팅하는 기술은 이제 오토튠이나 멜로다인이 워낙 넘사벽으로 발전해버렸지만, 소위 [로봇 보이스]를 다루는 기술은 롤랜드가 아직은 독보적이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이런데 관심이 없는지, 별다른 후속기나 개량 버전에 대한 소식은 여전히 깜깜.
2000년대 초반 미국 롤랜드에서 일하던 멤버들의 유투브 컨텐츠 등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롤랜드라는 회사가 굉장히 먼 미래를 내다보고 체계적으로 제품 개발을 하거나 하는건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있고... :=)



잘 나가던 팬텀 시리즈에서 갑자기 주피터, JD 등의 전설의 네이밍 우려먹기로 삐딱선을 탔다가 또 얼마전에 슬그머니 최신형 팬텀 시리즈를 내 놓은것이나, 하드웨어 MPC의 거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MV 시리즈를 단 두대의 기기(그것도 뒤에 나온 MV-8800은 거의 옆그레이드)로 칼로 무 자르듯 싹둑 잘라버린 후에 10년도 더 지난 2021년에 MV-1 이라는 별 연관성도 없는 올인원 스케치머신을 내놓은 행보로 보았을 때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런걸 보면 차라리 Korg가 부담없이 구입할만한 엔트리 레벨의 제품부터 워크스테이션인 크로노스까지 시장의 니즈를 재빨리 캐치해서 유저들이 사고싶어할 만한 제품을 잘 만들어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Volca 시리즈라던지, 요즘 미는 Nu 시리즈들도 컨셉이 참 괜찮아보인다는?

 

이야기가 잠시 옆구리로 샜는데,
어차피 국내 중고매물의 선택지는 입맛대로 골라서 구매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라서, 기왕이면 추가 옵션이 장착된 쪽으로 찾아보다 보니 GT를 선택하게 되었다.

- 하는 이야기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으면 다음편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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