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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블로그에 P-90 픽업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픽업을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사용기 였다.
블로그의 해당 글을 확인해 보니 2012년이다.

 

P-90 픽업, 원래는 비누 모양을 닮아서 그랬는지 [솝바(Soap Bar)] 라고 불리는, 싱글도 아니고 험버커도 아닌 그런 픽업이 있다. 모양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참조 사진을 첨부한다.

솝바(Soap Bar 라고 불리는 일반적인 P-90)

가운데 나사로 된 폴피스만 없으면 영락없이 어릴때 많이 보던 하얀 비누 모양이다. 개중에는 독 이어 (Dog-Ear)라고 해서 기타에 픽업을 장착하는 좌우 양 날개 부위가 삼각형 모양으로 튀어 나온 것도 있는데(아래 사진 참조), 아마도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개의 귀 모양을 닮아서 그랬는지 독 이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독 이어 (Dog Ear) 스타일 P-90 픽업

이 두가지 모양의 픽업은 전기 기타의 일반적인 싱글형, 혹은 험버커형 픽업들과 규격이 달라서 기본적으로 제조시에 장착이 되어 나온 경우가 아니면 바디(혹은 픽가드)를 라우팅 해야만 장착이 가능하고, 또한 P-90픽업이 장착되어 출시된 기타의 경우엔 싱글, 혹은 험버커 픽업으로의 교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던컨 등의 회사에서 솝바 스타일의 험버커 픽업이 출시되고 있긴 하지만 극소수의 모델뿐이라 선택의 제한이 크다)
그래서 전기기타를 처음 치기 시작할 무렵부터 주위에서 들었던 P-90픽업에 대한 환상이 꽤나 있었기에, 언젠가는 꼭 한번 손에 넣어보리라 했던것이 일반 험버커형 라우팅에도 장착될 수 있는 모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아마 지난 2012년에 스카이사 (정확히는 켄트-암스트롱) 픽업을 구입하게 했던 것 같다. 당시 내가 구입했던 스카이의 험버커형 P-90 픽업은 아래 사진의 모델이다.

험버커 모양의 P-90픽업

덕분에 처음 이 픽업을 구입했을 때는 그 당시의 글에서도 써 있듯이 당시의 주력 기타였던 깁슨 레스폴 커스텀에 장착을 했었다.
어떤걸 달아도 걸쭉한 게인이 튀어나오던 그 기타에는 P-90픽업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주변인들이 한참 헤비한 게인의 끝을 실험하고 있을 시절이기 때문에, 장착한 후에도 "이게 싱글 스타일의 픽업 맞아?" 라는 생각이었다. 깡통 픽업으로도 갈아마시는 사운드가 나는 기타인데, 뭔들...

 

그 후 레스폴은 본래의 세팅으로 돌아갔고, 이 픽업은 잠시 자리를 찾지 못하다가, 보유한 스트랫 중 한대의 바디를 험버커 픽업이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재 라우팅 (일명 수영장 라우팅이라고 부르는 - 픽가드 아래를 시원하게 직사각형으로 갈아내었다)으로 변경한 이후에 그곳에 장착되어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현재 P-90픽업이 장착된 내 기타.P-90 / 싱글 / P-90 조합이다)

본래 P-90 픽업이 장착된 기타는 대개 프론트, 브릿지에 각각 P-90을 하나씩 장착한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어차피 수영장 라우팅도 했겠다, 스트랫형 바디엔 픽가드만 맞추면 뭔들~ 셀렉터도 5단인데 싶어 사진처럼 P-90 / 싱글 / P-90 의 조합으로 장착했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P-90 픽업은 싱글 보다는 험버커에 더 가까운 성향의 소리가 난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어차피 전통적인 사양의 스트랫이 있기 때문에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딱 한가지 고민한 것은 P-90 만을 프론트, 브릿지에 장착한 상태의 하프톤이 좀 아쉬운데, 이건 조만간 토글 스위치 하나를 추가해서 해결해 볼 생각이다. 프론트 or 브릿지 둘중 하나를 항시 ON 할수 있는 토글 스위치를 장착하면 반대쪽 픽업이 선택된 상태에서 스위치를 켜면 하프톤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P-90 픽업 조합은 하프톤이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대체적이기도 하다.

 

오늘 갑자기 이 글타래를 열게 된 이유는, 그간 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느꼈던 소리에 대한 성향을 기록해 두기 위함이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으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P-90 픽업은 험버커에 더 가깝다. 집에서 쓰는 Thr이나 녹음시에 라인 인으로 물려서 연주하면 순수한 싱글 픽업이 조금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미들에 싱글이 있으니, 프론트-미들, 미들-브릿지의 오묘한(?) 하프 톤이나 미들 싱글 단독 사용으로 싱글 픽업에 대한 아쉬움도 어느정도 상쇄가 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클린톤에서의 스트랫은 싱글이지!] 라는 고정관념이 있던 나도 계속 이 기타를 연주하다 보니 어느새 이쪽 톤도 나쁘지 않다-에서-괜찮네-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게다가 게인이 살짝 걸리기 시작하면 리어 픽업에서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트랫 싱글 픽업 특유의 비음이 없으니, 불만의 여지는 점점 더 줄어들었다.

 

유투브의 동영상들을 검색해서 시청해 봐도, 대부분 P-90 러버(Lover) 들은 험버커 픽업 성향의 사람들이다. 험버커 픽업이 레스폴 류 기타의 느끼함을 약간 덜어주는, 그런 녀석이라고 할까.


더블 쿼터파운드 치즈버거가 약간 부담스러울 때 클래식 와퍼를 고르는 기분 같은 느낌(!!!)이다.
적당한 크런치톤 에서는 꽤 칠맛도 나고!

 

언젠가는 스테이플러 모양의 폴피스가 달린 P-90 픽업이나, 진짜 솝바 픽업이 달린 기타를 하나 들여보고 싶긴 하지만, 아직은 이 녀석으로 위안을 삼는다. 아마도 다음 P-90의 포스트는 솝바 픽업 기타가 생겼을때가 아닐까 싶다.

 

사족으로, 재즈 마스터 픽업을 스트랫 바디에 장착해 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이건 수영장 라우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픽가드도 따로맞춤의뢰를 해야 하는 문제라, 그것은 먼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P90 픽업이나 기타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

P90의 세계로 입문

 

P-90의 세계로 입문

P90 픽업 - 일명 솝바 픽업 - 은 크런치톤에 특화된 물건이라는 느낌이다. 출력은 험버커 픽업에 뒤지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험버커 사운드에서 기름을 체에 걸러 제거한 느낌... 이라고 들었다.

purplesmoke.tistory.com

P90 픽업달린 기타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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