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SID, Emulator III, E-Synth (위에서부터 아래료) - 언젠가의 작업실 사진에서 발췌

난 샘플러(Sampler) 라는 이름이 붙은 전자악기를 정말로 좋아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어쩌면 전자음악에 빠진 이유도 신스(Synth) 보다는 샘플러(Sampler)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더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공일오비(015B)나 신해철, 서태지의 음반에서 들을 수 있었던 FX 사운드들 같은데서 처음 이런건 어떻게 하는걸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고, 그 이후 8-90년대 영미권 음악 - 주로 댄스음악 - 을 들으면서 내가 녹음한 소리를 바로 미디 악기화 시켜서 곡에 넣을 수 있는 샘플러(Sampler) 라는 악기에 대한 동경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샘플러는 나에게 어쩌면 미디를 시작하고 싶게 만든 존재의 이유이기도 했고,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로 인해 발생된 비용들을 기꺼이 지불하게 만들었던 애증의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이런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도 직접 사용해 보지 않은 샘플러가 있으면 열심히 유투브를 찾아보고 가격비교를 하면서 통장 잔고 확인을 하는게 일상이니 아마 앞으로도 내가 음악에 대한 관심이 계속된다면 샘플러에 대한 사랑도 함께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샘플러 라는 악기의 탄생부터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조금은운이 좋았다면, 나름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80년대 말의 기기들부터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21세기도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샘플러 라는 악기의 근본적인 의미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이라던지 표준적인 활용 방법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달라진 것 같다.

한 예로 요즘은 샘플러에 직접 소리를 샘플링을 한다기 보다는 DAW에 녹음된 소리의 일부를 편집해서 샘플러 플러그인에 집어넣어 배치하는 것이라고 하는게 워크플로우적인 면에서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 

 

(사진 좌 : 샘플 라이브러리를 판매하는 웹 사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샘플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과거와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전(하드웨어 샘플러 시대) 에는 직접 샘플링도 하지만 하드웨어 제작자나 전문 라이브러리 제작사들이 만든 샘플 라이브러리를 구입해서 쓰기도 한다는 일종의 옵션 같은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고품질로 녹음된 샘플에 기반한 악기 프리셋을 구동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버전의 가상 악기를 크게 버추어 신스와 샘플 기반으로 나누기도 하는 것 같다.

아무튼, 복고의 유행으로 일부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옛날 기기들을 다시 오마주하거나 복원해서 제작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에 판매되는 독립적인 샘플러 라고 부를만한 장비들은 이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갯수가 아닐까 싶다. 
컴퓨터 성능이 과거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기 떄문에 이제는 그나마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의 독립형(Standalone) 하드웨어 샘플러도 거의 그루브샘플러 쪽으로 편중되어버린 느낌이다.
(메이저 회사의 제품이라면 AKAI MPC 시리즈와 2021년에 무려 신버전을 발표한 Roland SP404mk2 정도가 떠오르는데...)

2022년 1월에 발매된 SP-404 mk2


그리고 DAW에서는 오디오 소스를 샘플러 가상악기에 드래그 앤 드롭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고 심지어는 DAW의 오디오 트랙에 직접 오디오 파일을 지지고 볶을(?) 수도 있으니 (이런 작업방식에 '오디오 시퀀싱'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제는 샘플러(Sampler)라는 전자악기와 샘플링(Sampling)에 대한 정의를 하드웨어 샘플러 시대에 정의했던 것과 다르게 내린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프트웨어 샘플러의 기능들은 과거의 하드웨어를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728x90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